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5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020년 기소 이후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2017년 국정농단 사건부터 이어진 10년 가까운 사법 리스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을 지시했다는 혐의였다.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경법상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이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를 통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24년 2월 1심 재판부는 19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라고 할 수 없고,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의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5년 2월 항소심 재판부도 합병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5년 7월 17일 대법원 3부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차장 등 전현직 임원 13명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삼성 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합병과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은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후 약 9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가석방됐고, 2022년 복권됐다. 재계는 오너 리더십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결정에 제약을 받아온 삼성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형사 소송이 끝났다고 모든 법적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이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8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엘리엇과 메이슨 등 외국계 펀드와의 투자자 국가 분쟁에서도 한국 정부가 패소한 바 있어, 합병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민사 영역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