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금 9440억 원으로 정리됐지만 양측의 공방은 대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9440억 원 중 2440억 원에 대해서만 재상고를 제기했고, 노 관장은 맞상고를 포기하고 9440억 원 지키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 파탄이 공개된 것은 2015년이었다. 최 회장은 언론에 편지를 보내 이혼 의사를 밝히고 동거인의 존재를 인정했다.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다가 2019년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했고, 세기의 이혼 소송이 본격화됐다.
2022년 12월 1심은 이혼을 인정하면서도 재산분할금은 665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2024년 5월 항소심은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선고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의 종잣돈으로 유입돼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인정했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봤다.
대법원은 2024년 10월 비자금 부분에 제동을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25년 7월 파기환송심은 재산분할금을 9440억 원으로 정했다. 항소심보다 4368억 원 줄었지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33.3%로 유지했다. 1심의 665억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다.
최 회장 측은 2026년 8월 재상고하면서도 9440억 원 중 7000억 원은 다투지 않겠다며 상고 범위를 2440억 원으로 줄였다. 상고이유서의 핵심은 노 관장에게 인정된 분할비율과 대상 재산의 산정 방식이다. 비자금 기여가 배제됐는데도 분할비율이 종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 주식 가치를 항소심 변론 종결 시점으로 평가하면서 이후 주가 상승분을 반영한 점, 혼인 파탄 이후인 2017년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을 분할 대상에 포함한 점 등을 다투고 있다.
노 관장은 2026년 10월 맞상고를 포기했다. 부대상고를 내지 않으면서 9440억 원을 지키는 데 무게를 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이던 SK 주식 165만 3924주를 944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5440억 원어치는 마이클 델 일가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펀드 DFO 퍼블릭 인베스트먼츠가 인수하기로 했다. 오너 개인의 이혼이 그룹 지배구조와 주주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