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자금 확보를 위해 SK㈜ 주식 9440억원어치를 판다. SK㈜는 최 회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SK㈜ 주식 165만3924주(지분율 2.3%)를 매각한다고 지난 10월 2일 공시했다.
매각 사유는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한 개인 소요 자금 조달'로, 돈을 받을 사람은 노 관장이다. 최 회장은 장이 끝난 뒤 미리 정한 상대에게 주식을 넘기는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을 택해, 거래 시간에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을 피하려 했다.
매각 대금 가운데 5440억원(97만2493주)어치는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각하고, 나머지 4000억원(68만1431주)은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한 PRS(주가수익스왑) 방식으로 매각한다. PRS는 향후 SK㈜ 주가 변동에 따라 계약 당사자 간 손익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거래는 11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30일간 진행된다.
이번 매각은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재산분할 소송의 결과다. 2022년 12월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 개인 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재산분할금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판결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2심은 주식까지 공동재산에 포함해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 위자료를 20억원으로 높였다.
이후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기여도를 인정한 2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 가사1부는 올해 7월 24일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보다 4368억원 줄었지만 1심과 비교하면 약 14배다.
최 회장은 8월 다시 상고한 뒤 재산분할금 중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주식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 등 세금 27.5%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자산 처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분 매각에도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이후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낮아지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여전히 30.5%에 달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