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재산분할에 대비해 보유 중인 SK 주식 약 9440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뒤에도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고 회사는 밝혔다.

SK는 최 회장이 보유 주식 165만3924주를 매도한다는 지분 변동 사항을 공시했다. 개인 지분율은 17%대에서 15%대로 낮아지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함께 하락하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여전히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매각 방식은 시장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부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넘기고, 나머지는 증권사를 상대로 한 주가수익스왑 방식으로 처리해 현금 확보와 주가 변동에 따른 이해관계를 일정 기간 나누는 구조로 설계됐다.

매각 규모는 파기환송심이 정한 재산분할액과 같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전체 금액 중 상당 부분은 다투지 않고 일부 금액에 대해서만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방향으로 소송 범위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확정액은 대법원 심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가 경영권과 직결된 지주사 지분을 실제로 매각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주목한다. 2015년 지주사 체제가 갖춰진 이후 진성 매각은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오랜 기간 이어진 이혼 소송이 개인 재무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다.

SK 측은 최 회장이 앞으로도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며 기존 성장 전략과 주주 정책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도소득세 등 추가 비용 부담이 거론되는 만큼 향후 다른 보유 자산 활용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