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전인장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500억 원대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가 대법원 최종 판결로 유죄 확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신화로 역대급 호실적을 쓰며 도약하는 삼양식품이 과거 오너 일가를 둘러싼 비리 사건이라는 오래된 리스크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대법원 2부는 지난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삼양식품과 계열사 2곳에도 각각 벌금 1천만 원이 확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회장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이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 2곳을 동원했다. 실제 제품 공급이나 거래가 없음에도 마치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며 총 533억 원 규모의 허위 계산서 및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 삼양식품 역시 같은 기간 두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약 533억 원 규모의 계산서와 세금계산서를 320여 차례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물품 공급 구조와 다른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것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앞서 전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던 포장상자와 식재료 일부를 자신이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납품한 것처럼 꾸며 약 49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과정은 세무 당국이 앞서 적발한 계열사 납품 비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2심 과정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오며 감형되기도 했으나, 대법원은 계열사가 명의만 빌려 실사업 없이 횡령 매출을 이전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며 원심을 파기했고, 결국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7년 만에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오너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인 ESG 경영과 기업 윤리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500억 원대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 범죄다. 투명해야 할 기업 회계가 오너의 자금 세탁 및 횡령 통로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너 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법인까지 벌금형을 부담하게 됐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구성원들과 주주, 협력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