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은 2015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재벌가 승계 분쟁의 대표적 사례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한 신동빈이 경영권을 지켰지만, 그 과정에서 검찰 수사와 오너 일가 재판, 창업주의 쓸쓸한 말년까지 이어졌다.

분쟁의 씨앗은 창업주가 공식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은 데 있었다. 장남 신동주는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차남 신동빈은 한국 롯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사실상 그룹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2015년 1월 신동주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되고 같은 해 7월 신동빈이 대표로 선임되면서 갈등은 공개 전쟁으로 번졌다.

해임에 불만을 품은 신동주는 창업주를 앞세워 복귀를 시도했다. 신격호 회장의 음성이 담긴 파일을 공개하며 자신이 유일한 후계자임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90대 고령 창업주의 건강 상태가 공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신동주 측은 아버지가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주장한 반면, 신동빈 측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맞섰다.

승부처는 지분 구조였다. 두 형제의 개인 지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신동주는 광윤사 주식 1주를 넘겨받아 50% 플러스 1주를 확보하며 광윤사 최대주주가 됐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실제 표 대결에서는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임원지주회가 신동빈 측에 힘을 실었다.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이 승리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렸다.

분쟁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2016년 7월 검찰은 롯데 계열사와 자회사 3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했다.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신격호 회장과 두 아들은 나란히 법정에 섰고, 신격호 회장은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20년 1월 별세했다.

신동빈 회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여기에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붕괴하고 호텔롯데 상장까지 무산되면서 롯데는 안팎으로 흔들렸다. 형제의 난은 후계 구도 없는 제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