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서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리게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한국 재벌 문화의 민낯을 드러낸 상징적 스캔들로 남았다. 조 전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사건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건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했다. 인천행 KE086편 일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제공하자 격분했다. 매뉴얼대로 접시에 담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과 해당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고, 이미 이륙을 위해 움직이던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게 한 뒤 박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사건은 박 사무장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회사의 책임 전가 태도에 모멸감을 느낀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측이 조사를 방해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2015년 2월 12일 1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조직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려 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이 있었거나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여 모 상무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8개월이, 국토교통부 김 모 조사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2015년 5월 항소심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석방됐고, 2017년 12월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확정했다.

법적 처벌은 가벼워졌지만 사회적 심판은 무거웠다. 사건을 계기로 국내 마카다미아 판매량이 급증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하면,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다. 대한항공이 추진하던 송현동 호텔 건립 계획은 무산됐고,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퇴진했다. 2019년 부친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벌어진 남매의 난에서도 조 전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에게 밀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다. 마카다미아 한 봉지에서 시작된 추락은 한국 재벌 갑질 논란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