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사주 일가가 5000억 원대 불법 자금 유출과 사익 편취 등의 혐의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고려아연 측에 구체적 혐의 내용이 담긴 조사 통지서를 송달하고 내부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혐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진의 불법 외화 유출, 법인 자금 부당 유출, 사익 편취 등 크게 세 가지다. 국세청은 고려아연이 2022년 미국 자원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100%를 약 5800억 원에 인수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그니오는 매출 약 30억 원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는데, 국세청은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도 인수 대금이 비정상적으로 과다 책정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풀려진 대금이 해외로 유출된 뒤 사적으로 유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3500억~4000억 원대 불법 외화 유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2020~2021년 최 회장 지인이 설립한 투자회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고려아연이 원아시아에 투자한 자금이 최 회장 개인이 투자한 기업의 전환사채 인수 등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으로, 1000억~1100억 원 규모 법인 자금을 사모펀드를 통해 사주 관련 기업으로 부당 유출했다는 혐의다.
최 회장과 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고려아연이 최 회장과 일가의 개인 소송 등으로 발생한 100억 원 규모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했다는 의혹과,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사주 일가에게 매년 수십억 원의 급여를 허위 지급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고려아연을 포함해 기업 거래 구조 사이에 자금 유출 통로를 형성한 뒤 사주 일가에게 이익이나 자산을 빼돌린 '터널링' 업체 15곳도 동시에 조사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터진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을 둘러싼 전선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