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상법상 최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3%룰'이 결과적으로 최윤범 회장 측 현 경영진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지난달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지분 41.13%를 확보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감사위원 선임에서 법상 최대 6% 범위에서만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시주총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단국대 교수는 509만2815주의 찬성을 받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전 APG 신흥시장주식부문 대표는 173만9065주, 27.9%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3%룰이 적용되지 않은 안건에는 1864만9708주가 출석했지만,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출석 의결권은 622만5934주에 그쳤다.
3%룰은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 3%까지만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는 각각 3%까지 인정받는다. 고려아연 반기보고서상 최대주주 YPC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2.88%,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8.25%다. 두 블록을 합치면 41.13%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YPC 측이 합산 3%, MBK 측이 별도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3%룰은 원래 최대주주가 감사위원까지 장악하는 것을 막아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제도다. 그러나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는 고려아연의 경우, 최대주주의 표가 강하게 제한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역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영풍·MBK는 지난달 28일 공개매수 2년을 맞아 입장문을 내고 최윤범 회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추진 등을 거론하며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도 감사위원과 이사 선임이 예정돼 있어 3%룰은 다시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